인사이트에서 임팩트까지, 전략과 실행을 놓치지 않는 마케팅 리더
숫자에 근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방향을 설계해 거침없는 실행을 펼쳐나가는 CMO 강수연의 이야기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이마고웍스의 CMO에 이르기까지의 수연님의 여정을 들려주세요.
학부 때 전략 학회 활동과 전략 관련 인턴십을 경험했어요. 당시 하이레벨 전략보다는 실제 임팩트가 보이는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이 가고 저에게 잘 맞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커리어는 PM으로 시작했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기술과 고객의 중간에서 제품을 만드는 역할보다는 좀 더 고객의 편에 서는 마케팅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요.
소비자들이 우연한 좋은 기회로 어려운 기술에 접근하게 되었을 때, 그걸 쉽게 구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그에 맞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세부 직무를 택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Product Marketing을 시작했고 MBA 이후에는 GTM 전체를 다루면서 ‘돈을 잘 쓰고 잘 벌고 있는가’ 를 보는 관점까지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커리어로 확장시켜 왔습니다.
다양한 조직과 시장을 경험하시며 ‘좋은 마케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되셨나요? 마케팅에 대한 수연님만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좋은 타겟팅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타겟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해요.
나아가 제품이 그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이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케팅은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버는 일'이기 때문에 높은 Data Literacy를 통해 성과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마고웍스의 브랜드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정의하실 수 있을까요? 현재 가장 주목하고 계신 마케팅 키워드와 전략적 초점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우리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자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 은 치과 산업에 있는 분들이고요.
AI 기술을 잘 녹여서 업계 종사자분들이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생산성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가 하려는 일이에요.
이건 단순히 한 번 써보고 말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생업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단순 인지도를 넘어 각자의 케이스에 이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떻게 도움이 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브랜드 관점과 성과 관점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연님은 어떤 기준이나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시나요?
두 관점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조직은 결국 성과로 움직이므로 아무리 미감이 좋아도 브랜드가 비즈니스 목표와 괴리되어 있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핵심 고객에게 적절하게 와닿느냐예요. 인지 단계에서부터 실제 유입, 재구매, Advocacy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고 이 구조를 모두 고려한 상태에서 브랜딩을 시작해야 합니다.
또 브랜드와 관련된 비용을 집행하려면 결국 내부 의사결정자를 설득해야 하니 성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는 항상 중요합니다.
전략 실행 과정에서 데이터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나요? 수연님만의 지표 해석 방식이나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비교라고 생각해요.
기간을 기준으로 하든 목표에 비례한 기대치든 벤치마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지표들을 깊게 파고들며 원인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죠.
일단 매출은 매일 체크하고, 첫 구매와 재구매, 또 첫 구매의 경우에는 홈페이지 방문부터 회원가입까지 세분화된 단계별 결과와 전환율도 계속 모니터링합니다.
이런 변화를 측정해야 어떤 마케팅-영업 활동들이 유의미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체적인 성과에 따라 예산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요.
저는 적어도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st)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SQL, R 등을 다루거나 각종 데이터 기반의 테이블 설계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직접 정의하는 것을 즐길 정도로 데이터를 좋아합니다. 대시보드도 직접 만들어서 필요한 걸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요.
이마고웍스의 마케팅 그룹을 이끌며 특히 집중하신 영역이나 변화시키고자 한 전략적 방향이 있으신가요? 그 과정에서 실제 성과나 사용자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AI에 대한 기대수준을 좀 더 정확히, 또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싶었습니다. AI가 모든 걸 다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되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Start from Dentbird AI, not from scratch." 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Start from scratch.”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AI가 모든 걸 자동으로 해주는 마법이 아니라, 복잡한 시작을 덜어준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고객과의 인터랙션을 통해서도 처음에 AI라는 점에서 신기해서 보시다가 ‘그렇다고 다 해주지는 않네’ 라고 생각하시다가도 결국에는 ‘와, 이렇게 쓰니까 편하네’ 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저 역시 다양한 AI 도구를 쓰면서도 결국 명령어 구조나 Fine-tuning을 잘해야 결과가 달라지는 걸 체감하고 있어서 그런 현실적인 설명이 사용자 설득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현재 미국에서 원격으로 서울 헤드오피스와 협업하고 계시는데요, 시차를 고려한 업무 리듬과 팀 협업을 위해 어떤 루틴이나 방식을 실천하고 계신가요?
원격 근무환경 여부와 관계없이 팀 운영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팀원들과 매주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1-on-1 과 팀 체크인을 통해 싱크를 맞춥니다. 협업팀들과의 주요 미팅은 아젠다 중심으로 명확하게 하고요.
또 한국 출장이나 글로벌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기회도 자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투명하고 공개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기 때문에 팀즈 채널 등에서도 자주, 많은 걸 공유하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얼마 전 마케팅팀에 새롭게 디자이너가 합류했죠! 마케터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이 더 잘 연결되기 위해 수연님이 신경을 기울이시는 조직적 장치나 문화적 설계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왜 이 일을 하는가’ 가 공유된 상태에서, 그리고 함께 논의하면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의 정의를 열어두고 팀이 같이 몰입해서 풀어나가는 구조가 훨씬 멤버들의 동기부여나 성과 퀄리티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판단하고요.
단순히 이번 달에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10개 올리자', ‘웨비나를 4개 해보자’가 아니라 잠재 고객들이 우리의 솔루션을 알고 있고, 사용 여부를 고려하고 있지만 ‘과연 자신들의 랩 사이즈나 환경에서도 쓸 수 있을까?’, ‘내 치과에서 내가 가진 장비로도 사용할 수 있을까?’ 를 궁금해하니 “해당 문제들을 해소하면 구독이 오를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설정해 공유하고 함께 증명하려고 접근합니다.
그리고 어떤 채널에서 무슨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임팩트와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실행해요.
디자이너를 마케팅팀으로 모신 이유도 단순히 요청에 따라 디자인물을 생산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 측면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야로 같이 들여다 봐주시면 더 큰 시너지를 불러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스타트업이라 리소스가 흘러 넘치는 환경은 아니다 보니 더욱 이런 선택과 집중,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물론 이런 효율적인 인력 구조가 가능한 건 모두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스타트업 특유의 규모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마고웍스는 매년 다수의 글로벌 전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데요, CMO로서 이 현장들을 어떻게 리딩하고 계신가요? 단순한 참여를 넘어 브랜드 확장과 성과로 연결되게 만드는 포인트도 궁금합니다.
이 산업은 여전히 고객과 직접 만나는 게 중요한 산업이라 전시회는 인지도 확보나 파트너십 기회 창출에 가장 큰 의미가 있어요.
다만 매 전시마다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목적을 먼저 합의하고 정의하는 게 중요해요. 세상에 일타쌍피는 흔치 않고, 일을 할 때 정확한 목적이 없으면 끝단을 생각하지 않고 제기된 다양한 의견만 덕지덕지 혼재될 수 있죠. 담당자의 의욕 하락은 물론이고요.
디스트리뷰터 발굴 중심이냐, 엔드유저 확보가 중심이냐에 따라 메시지나 키비주얼이 달라집니다. 물론 어떤 것이 주가 되든 모든 전시는 높은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투입된 비용과 대비해 그에 따른 눈앞의 매출도 반드시 챙기려고 합니다.
더불어 전시는 시장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가장 최신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기회이기에 전시 직후 자주 받은 질문이나 피드백 등을 전사에 빠르게 공유해서 제품 개발이나 사업 전략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마케팅 조직을 이끄시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수연님이 팀원들에게 자주 건네는 생각이나 메시지를 들려주세요.
그냥 해야 하니까(리더가 시키니까) 일을 하는 것 말고, 공동의 문제를 즐겁게 풀고 있는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은 결국 재미있게 해야 잘 되기도 하고요.
이를 통해 멤버들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나 방향으로나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환경’ 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도 이런 환경이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라 멤버들의 성장을 챙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헬스케어와 같은 특수 산업에서 마케팅을 하며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요?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인증, 국가별로 다른 규제, 디스클레이머 처리 등 민감한 영역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표현될 수 메시지를 고민해서 잘 조절해 우리의 솔루션을 소개하고, 규제를 오히려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기에 제약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연한 접근과 전략적인 활용 방향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이마고웍스의 브랜드와 제품이 사용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현재의 인식과 앞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고객들의 문제를 Disruptive하게 해결해주는 브랜드이자 제품이길 바랍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랄까요?
덴티스트리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디지털을 받아들이려고는 하지만 헬스케어 특성 상 전반적으로 돌다리 두드리듯 진행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기존의 워크플로우를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도 있고, 당연히 익숙한 프로세스에서 큰 변화를 맞닥뜨리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오래도록 고민해 온 문제를 너끈하게 해결해 주지만 아주 극단적이지는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희 소프트웨어를 언제든 웹에서 쓸 수 있게 만든다던지, 어떤 스캐너나 밀링 장비를 써도 호환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치과 산업의 기초 철학도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산업의 밸류체인 안에서의 워크플로우를 앞뒤로 넓혀보려는 시도 또한 '실제 고객들은 우리의 제품을 언제, 어떻게 쓸까?' 에 대한 이마고웍스의 고민이 깃들어 있는 방향성 같습니다.
마케팅 리더로서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마고웍스 안팎에서 마케팅이 어떤 역할을 더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수연님의 생각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분명하게 성과를 내는 팀이면서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팀이면 좋겠어요. 마케팅이라는 직무는 내부적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많이 필요로 하거든요.
당연히 외부 파트너사와 고객들에게도 유의미한 도움을 주는, 나아가 영향력을 가진 팀으로서 내부 조직-외부 고객들과의 연결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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