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언어로 제품을 설계하는 기획자
기술을 흐름으로 바꾸는 Solution Group 왕건이 나누어주는 멋진 인사이트
지금의 ‘제품 기획자’라는 역할에 이르게 되신 건님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관심과 경험이 이 일을 선택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성장을 만들어 오셨는지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이마고웍스 Solution Group에서 소프트웨어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왕건입니다.
제 전공은 치과기공이에요. 그래서 학부 시절 자연스럽게 치과 산업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깊었던 것 같아요. 졸업 후에는 첫 직장에서 치과용 CAD/CAM 시스템의 기술 지원 업무를 맡아 Digital Dentistry라는 분야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이 산업에 느껴졌던 매력을 말씀드리자면, 수작업 중심의 전통적이었던 작업들이 디지털 기술로 전환되며 얼마나 이전보다 정교하고 유연하게 재해석 될 수 있는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점이 굉장히 신기하고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엔 보철, 교정 분야의 CAD 소프트웨어 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었는데 ‘기술을 흐름으로 풀어내는 일’ 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유저들이 실사용 환경에서 어떤 흐름으로 작업하는지, 또 어떤 맥락에서 문제를 겪는지 파악해 그것들을 제품 기능과 UX로 담아내는 일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마고웍스에 합류하게 된 건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넘어서 AI와 웹 기반의 기술을 접목해 완전히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설계해 볼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AI와 웹 기반 기술 모두 이전의 저에게는 생소한 분야였어서 도전 의식도 많이 고취되었어요.
지금은 단순한 기능의 정의를 넘어서 유저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 흐름을 만들고 ‘의료’ 라는 전문성과 새롭게 만들어지는 디지털 기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획자로서의 깊이도 점점 생겨나가는 것 같아요.
이마고웍스 솔루션 중 어떤 제품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기획자로서 특히 주로 어떤 포인트에 집중하여 제품을 만드시나요?
Dentbird Crown과 Dentbird Milling 이라는 두 가지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Denture Design SW 기획도 총괄하고 있구요.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Dentbird Crown은 말 자체 우리가 치과에서 가장 흔히 치료 받는 크라운 보철물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예요. Denbird Milling은 환자의 치아를 디자인한 보철물을 실제로 깎아내기 전에 Milling Machine(가공 기계)으로 어떻게 가공될지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밀링 솔루션을 활용하면 보철물이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작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Denture Design 소프트웨어는 전체 틀니처럼 여러 치아를 한 번에 보완해야 할 때 사용하는 보철물(Denture)을 디자인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유치 치료, 또는 고령 환자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치료 솔루션을 알맞게 제공할 수 있어요. 모두 치과의사 또는 치기공사와 같은 의료 전문 인력이 직접 사용하는 툴이에요.
이 제품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은 단순한 3D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환자분들께 적용되는 의료기기의 제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한 사용 편의성만 고려해 소프트웨어를 설계에만 집중하기엔 기획에 부족함이 많아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작업 방식과 의료진들의 숙련도, 그리고 환자가 가진 백그라운드의 다양성까지 고려해서 제품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획에 임해요.
기획자로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라면 의료 전문가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임상-기능적 요구사항을 충실히 소프트웨어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기능을 많이 탑재하는 것도 좋지만 그 기능이 실제로 임상에서 유효한 사용성을 갖는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초 기획 단계부터 요구 사항들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리하는데 시간을 정말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중 요즘 가장 집중하고 계신 일은 어떤 것인가요?
최근에는 보철물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Dentbird Crown과 완성된 디자인 데이터를 가공 가능한 형식으로 전환해주는 밀링 시뮬레이션 솔루션 Dentbird Milling의 기획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치악 환자의 보철물 제작 서비스에 적용될 디자인 소프트웨어도 새롭게 기획 중입니다.
말씀해주신 제품들을 설계하실 때 ‘사용자 관점’ 을 실제 흐름으로 옮기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치과용 CAD 소프트웨어에서 요구되는 사용자 관점은 되게 명확해요.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가?' , '그리고 그 결과물이 임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가?’ 유저들은 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 기획자로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판단 기준을 사용자들의 말과 행동 속에서 구체적으로 찾아내는거예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이 영역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동 디자인 기능 사용 후 꼭 수작업으로 고칩니다.” 와 같은 피드백 뒤에는 반드시 그 사용자만의 기준과 이유가 숨어 있기 때문에 그 이유들과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이 피드백들을 데이터화 시켜 기능을 정의하고 워크플로우를 설계해서 사용자들이 실제 마주하는 소프트웨어 UI 화면을 구성해 나갑니다.
결국 기획의 시작점은 ‘이게 왜 불편한가, 그리고 왜 필요한가’ 를 기술 관점에서만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깊이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마고웍스의 기획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이라고 느끼신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모든 기획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건 이마고웍스의 Solution Group에서 기획 업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장입니다. 실제로 저희 팀의 업무 프로세스를 모두 정리해 둔 Confluence Page의 첫 문단에 크게 적혀있기도 하고요.
기획은 단순히 화면을 설계하거나 기능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구상하고 만들려고 하는 이 기능들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지금 왜 이 방식이어야만 하는지를 제품의 사용자 뿐만 아니라 사내 개발자, 디자이너, QA, 나아가 영업과 마케팅 팀에도 납득이 가능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마고웍스에서는 그런 ‘이유 있는 기획’ 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가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획’ 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걸 자주 상기하게 됩니다.
치과용 소프트웨어라는 다소 특수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의 요구나 맥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리서치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계신가요?
치과용 소프트웨어는 사용하는 대상도 전문직이고 결과물도 의료기기이다 보니 단순한 사용자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장(임상 등)의 언어와 실제 니즈를 수집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마고웍스에는 자문을 도와주시는 대학병원 치과 교수님들과 기공소 테크니션 출신 멤버분들이 계세요. 특정 기능에 대한 검토나 임상적 판단이 필요할 때 굉장히 밀도 있는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비정기적이고 꽤나 산발적으로 여쭤보는데도 온 마음으로 한껏 설명해주세요.
한편 전시회나 학회, 세미나 현장에서 직접 듣는 유저들의 피드백도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VOC 접수 내역 역시 기능 기획에 앞서 반드시 체크하고 있는 루틴 중 하나이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해외의 솔루션 홍보 영상들이나 디자인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 콘텐츠들을 자주 찾아봅니다. 이런 콘텐츠를 보다보면 유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좋다, 편하다’ 라고 느끼거나 ‘불편하다’ 고 반응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거든요.
정리해보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경로로 듣고 탐색해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교차되는 지점에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있는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개발자, 디자이너, QA 엔지니어분들과 협업할 때 건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협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에요. 되게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다들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요청이나 의견을 언제-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 진행 흐름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공유하고 명확한 언어로 설명하는데에 신경을 많이 써요.
메신저에서 간단하게 노티를 주고받을 때나 문서로 의견을 정리할 때 질문, 문장 하나하나에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작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잘 말하는 것’ 도 중요하지만 ‘잘 전달되도록 정리하는 것’ 이 협업에선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또 기획자라 그런가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기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늘 노력해요.
모든 디테일을 빠짐없이 정리하고 전달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우리 팀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사람인지라 완벽하긴 어렵고, 가끔 빠트리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원래 그렇게 꼼꼼한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럴 때마다 같이 일하는 멤버들이 저의 작은 부족함들을 자연스럽게 채워주고 이해해주는 이마고웍스의 문화 덕분에 든든해요.
이런 조직 문화는 동료들에게 계속 배울 수 있고 더 꼼꼼해지려고 노력하게 해서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거든요.
이마고웍스에서의 기획 경험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소프트웨어를 기획해보셨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어떤 고민과 배움이 있었는지 들려주세요.
입사 초기에 경험했던 프로젝트들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회사에 제품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3Dme Crown이 거의 유일한 상용 솔루션이었어요. 브랜드 인지도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고요.
그 때 ‘Interaction Team’ 이라는 이름으로 PO, 디자이너, QA, 기획자가 한 팀을 이루어 기능 하나하나에 정말 오래도록 토론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도 도시락을 시켜가면서 기능을 논의하던 날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당시 논의의 깊이나 방식은 지금보다 훨씬 즉흥적이었고 때론 거칠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시간들 덕분에 제품에 대한 애정도, 멤버들 간의 유대도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품 라인업도 그때보다 많아졌고 인허가를 비롯해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며 정형화된 기획 프로세스를 정립해가고 있다 보니 그때의 낭만이 아주 가끔 그립기도 해요.
그래도 그 시기의 경험 덕분에 기획의 본질은 결국 ‘함께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 이라는 것을 몸소 체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6개월간 육아휴직을 다녀오시고 올해 4월에 복귀하셨는데요. 업무를 다시 시작하면서 느끼신 변화나 이전과 달라진 관점이 있으셨나요?
창사 이래 1호 육아휴직자로 6개월 간 아이와 정말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결정에 아낌없이 지지와 배려를 보내주신 대표님을 비롯한 많은 동료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육아휴직은… 에… 이름만 ‘휴직’ 이지, 사실상 24시간 풀타임 잡으로의 전직입니다. (ㅋㅋㅋㅋ) 앓는 소리를 좀 해봤지만, 여러분도 꼭. 육아휴직 해보세요. 추천합니다.
복귀 후에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던 생활 패턴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회의와 문서들, 그리고 모니터 속의 협업툴 세계로 돌아오려니 몸도 마음도 전환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도 팀원들이 “건님이 6개월 휴직이었나요, 아니면 1년 쉬다왔나요?” 라고 할 때 서운한 마음도 들었어요. 육아는 쉬는 게 아니라 환경만 다를 뿐 다른 종류의 전장이거든요. (또 앓는 소리 아하하하하)
지금은 Solution Group 리더이신 진혁님, 그리고 같은 직무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서연님을 비롯해 많은 동료들의 응원과 도움들 덕분에 서서히 회사 리듬에 다시 올라타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의 육아휴직 전의 제품과 업무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아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다시 업무에 몰입해가고 있어요.
앞으로 이마고웍스에서 기획자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나, 꼭 설계해보고 싶은 사용자 경험이 있으신가요?
지금 기획 중인 솔루션들만 해도 충분히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기능들을 많이 기획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 사실 매일이 기대됩니다.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 자체가 아직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기회가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기획 업무를 넘어 프로젝트 전체를 리딩하는 PM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일 기능 단위들만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 혹은 서비스 전체를 기획-개발-출시까지 책임지고 조율하는 경험을 거쳐본다면 더 넓은 시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여러 팀이 협업하는 큰 프로젝트일수록 누군가는 구조와 맥락을 연결하는 사람이 꼭 필요할텐데, 언젠간 제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하는 사용자 요구 속에서, 건님께서는 앞으로 어떤 기획자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기획자로서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성장 방향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기획자’ 라는 역할은 결국 ‘결정의 이유를 만드는 사람’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매사에 이유를 갖고 있는 기획자’ 이기를 희망해요.
왜 이 흐름으로 가야만 하는지, 이 기능은 왜 꼭 필요한지, 그 근거와 맥락을 잃지 않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기능 정의를 넘어 문제를 명확하게 바라보고 타당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려고 늘 스스로를 점검합니다.
또 하나는, ‘함께 일하기 즐거운 기획자' 이고 싶습니다.
기획자는 혼자서는 절대 일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만들 수 없고, 늘 누군가와 함께 움직여야 빛이 납니다(모든 직무가 그렇겠지만). 그래서 좋은 기획만큼이나 좋은 리듬과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앞으로도 그렇게 납득 가능한 기획을 만들어내고, 또 함께 일하고 싶은 기획자가 되는 길을 계속 걸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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